마음에 담은 詩香

성냥 / 나석중

로뎀추리 2017. 8. 9. 14:15



/ 나석중


우중충한 봄날

언제 어느 개업집에서 가져온

작은 성냥 곽 하나를 열어본다

그간 소지(燒紙)에나 쓰고 남은
몇 알의 성냥개비들
참새주둥이 같이 짹짹거린다
꽃을 품고 얼마나 목이 탔으랴
저들을 활활 태워줌으로 다시 사는 것
서슴없이 한 개비 그어대는 순간
"살았다!" 소리치며 환생하는 불꽃
지난 시절 고향 냄새 같은 유황 냄새
징 울음처럼 길게 이명(耳鳴) 하나 남기는데
정작 누가 다비(茶毘) 같은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내 몸 깡마른 성냥개비를 그어라
우중충한 봄날