마음에 담은 詩香

낙화 / 이형기

로뎀추리 2017. 8. 9. 14:13




   낙화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 이형기

 

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

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

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

봄 한철

격정을 인내한

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

분분한 낙화..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

지금은 가야할 때

무성한 녹음과 그리고

머지않아 열매 맺는

가을을 향하여

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

헤어지자

섬세한 손길을 흔들며

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

나의 사랑, 나의 결별

샘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

내 영혼의 슬픈 눈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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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감상> -------글:이복현


제가 좋아하는 이형기 시인의 시 '낙화'를 올려봅니다.


꽃이 피고 지는 시간적 변화를 인간 삶의 역정과 대비시켜 한때 아름다움을 뽐내던

화려한 꽃들이 시절을 좇아 미련없이 지는 것처럼 후회없는 삶을 살고 두려움 없이

마지막을 향해 가는 담대함을 보이면서도 한편 그 이면에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에

담긴 간곡한 아쉬움과 슬픔을 표현한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.

 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 낙화를 이별, 또는 죽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. 하지만 

낙화를 아름답게 바라보면서 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고 있는 듯, 여기서 우리는

이별 혹은 죽음의 참된 의미, 즉 이별 또는 죽음이 우리 영혼 성숙의 필연적 과정임을

깨닫게 됩니다.  따라서 이 시는 꽃잎이 지는 것을  인간의 삶에서 겪게 되는 이별 또는

죽음과 연관지어 바라보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. 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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