노동의 노래 외 3편 / 이복현 노동의 노래 꽃이 피어도 봄은 오지 않았죠 폐 염전 해수처럼 짜디짠 이마 땀에 저린 셔츠는 얼룩으로 수 놓인 성스러운 생(生)의 깃발 기억합니다 그대가 있음으로 외롭지 않았음을, 그대가 있음으로 견디었던 절망, 그대가 있음으로 따스했던 겨울 야간조업장의 형광불빛을, 싸락눈이 .. 영혼의 거울(신작) 2017.08.09
평론 외 3편 / 이복현 평론 이상한 잣대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. 이상한 가위를 손에 쥔 사람들이 있다. 길게 뻗은 가지를 억지로 휘어 앉혀 칭칭 동여맨다. 잘 전지된 분재처럼 숨겨놓은 길이를 잃어버린 척도법(尺度法)을 진짜라고 믿는, 이상한 밧줄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생각을 꽁꽁 묶어버리는 압제의 .. 영혼의 거울(신작) 2017.08.09
별 하나를 위해 외 5편 / 이복현 별 하나를 위해 단지 채송화 씨앗 같은 별 하나를 위해 밤은 수 만평 하늘에 푸른 융단을 깔아두고 휘영청 보름달을 등불로 켜서 하늘 한복판에 달아둔 것이다. 너를 향한 나의 간곡한 사랑처럼, 산이 날아가다 산이 날아간다. 산이 산을 버리고 먼 하늘로 날아오른다. 새들이 맨 처음 나.. 영혼의 거울(신작) 2017.08.09
나무 다리 외 5편 / 이복현 나무다리 건너가라고 등을 대는 너는 이 겨울 살얼음 낀 물속에 맨발로 서있구나 시리면 시리다고 말하라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 말하지 않음으로 더 아픈 사랑을 한번쯤 생각하여라. 늙은 천사 어둠이 내리고 요양원의 밤이 깊어간다 늙은 천사가 잠들 시각이다 내 어렸을 적 청개구리.. 영혼의 거울(신작) 2017.08.09
영혼의 거울 / 이복현 영혼의 거울 이 복 현 어느 날 맑은 눈동자가 내게 와서 어두운 내 얼굴을 비춰주었네 미처 몰랐던 죄 어떤 참회로도 닦지 못할 깊은 흉터를 보여줬네 그리고 물었어, 간절하게 너는 속죄했니? 네 가시에 찔려 아픈 것들에게 신음에 귀를 막고 ​ 등을 밟아 건너온 아픈 것들에게 또 너.. 영혼의 거울(신작) 2017.08.09
시가 울고 있다 / 이복현 ​ 시가 울고 있다 ​ 이복현 ​ 시가 울고 있다. 시가 흐느낀다. 시가 통곡한다. 마침내 큰 울음을 터뜨려버린 시 ​ 나는 보았다. 시의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시의 눈물을 ​ 시는 얼나나 아팠을까 시는 얼마나 소리치고 싶었을까 울부짖고 울부짖으며 절규하고 싶었을까 .. 영혼의 거울(신작) 2017.08.09
기차는 떠나가고 / 이복현 기차는 떠나가고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을 남긴 채 너는 가고, 나 홀로 눈 덮인 황량한 벌판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기적소릴 듣는다 너 떠나간 후에도 곡진한 울음은 산 모서리를 돌아 돌아 내게로 오는구나 신궁의 화살처럼 휘어져 날아와 숨은 가슴에 박히는구나 너 가고 저문 하늘에 함.. 영혼의 거울(신작) 2017.08.09