|
봄이 오면 어린 아그배 묘목 한 그루를 손에 들고 그대의 마음 속으로 걸어 들어가겠습니다
잔설 아직 남아 있는 깊은 골짜기로 내려 가 무성하게 잎 피울 그리움 한 그루 가만 몰래 심어두고 오겠습니다
어느 날 문득, 가슴 저 안쪽으로 봄의 문이 열리고 종달새 높이 날아오르며, 이제 막 눈 뜬 어린 나방들이 애벌레집에서 푸득프득 깨어날 때 묵은 나무 가지 마다 눈송이 보다 흰 소망을 송이 송이 피워올리겠지요
마을 앞 무논배미 한 귀퉁이에 하나, 둘 올챙이가 꼬리를 달고 눈뜰 때쯤
아직 입술을 열지 않은 꽃모종 하나 손에 들고 그대 마음 양지바른 기슭에 가만 심어두고 가겠습니다
세월이 강처럼 흐른 뒤 성큼 자란 아그배 나무엔 고만 고만한 열매들이 달리겠지요
꽃들은 나비들을 유혹하는 환한 미소로 기나긴 키스와 포옹을 하며 마음껏 사랑을 유희하겠지요
먼 훗날, 문득 어른이 되어버린 아그배나무 그늘 아래 서서 모른체 지나가는 당신을 불러 세우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지요
"오, 아름다운 열매여! 이것은 그대의 가슴 속에서 자란 나의 조그만 꿈이랍니다 맛보십시오 내 꿈의 달콤함을," 이라고,
그리고 또 말하겠지요 꽃의 언덕에서, 속삭이듯이 "만져보십시오, 이것은 당신이 내게 준 맨 처음 키스로 가슴이 데인 자리, 불의 흔적입니다 아직도 식지 않은 그대의 체온입니다" 라고... |
|
|
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