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혼의 거울
이 복 현
어느 날
맑은 눈동자가 내게 와서
어두운 내 얼굴을 비춰주었네
미처 몰랐던 죄
어떤 참회로도 닦지 못할
깊은 흉터를 보여줬네
그리고 물었어, 간절하게
너는 속죄했니?
네 가시에 찔려 아픈 것들에게
신음에 귀를 막고
등을 밟아 건너온 아픈 것들에게
또 너는 감사했니?
진흙에 뿌리를 둔 너를
한 송이 연꽃으로 피워 올린 손들에게,
자비로운 바람과 은혜로운 햇빛,
목마름을 적셔준 한모금의 물에 대해
그리고 함께 운적 있었니? 사랑했니?
네 얇은 한 뼘 그늘에 깃드는
외로운 물고기를,
두려움에 튀어 오른 작은 벌레 한 마리를,
빈 둥지를 찾아서
지쳐 돌아온 새의 목쉰 노래를,
슬픔이 지쳐, 지금은
잃어버린 마음의 주소를,
지금쯤은 그리워? 그리워하니?
아직도 그 눈앞을 떠나지 못해
너 혼자서 닦고 있는 거울 속의 너를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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